그린키위, 골드키위 그리고 뉴질랜드의 브랜드 제스프리가 생각나고 따라서 키위는 외국 어딘가에서 온 과일 같지만 사실 오래전부터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에서도 자생하던 과일이다.
우리나라에서 부르던 이름은 다래이다. 고려가요 <청산별곡> '머루랑 다래랑 먹고' '청산에 살어리랏다'의 '다래가' 바로 키위이다. 그리고 이 '키위'라는 명칭은 뉴질랜드에 서식하는 날지 못하는 새 '키위'로부터 나왔다. 드립이 아니라 진짜 그렇다. 중국이 원산지인 다래는 19세기 무렵 영국 미국 등 일부 서양인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으며, 서양인들은 이 '다래'에 대해 크기는 호두 정도의 크기의 맛은 잘 익은 구스베리를 닮았다고 묘사했으며 따라서 다래는 '차이니즈 구스베리'라고 불리게 되었다. 1904년 뉴질랜드의 선교사이자 교육자였던 '이사벨 프레이저'에 의해 다래의 씨앗이 중국에서 뉴질랜드로 넘어오게 되고 1925년 종묘업자 '헤이워드 라이트'의 의해 뛰어난 맛과 열매 크기가 큰 다래 품종이 만들어졌는데 이것이 지금 우리가 먹는 그린키위였다.
이 새로운 품종의 다래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뉴질랜드의 주둔했던 영국군 미군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고 2차 대전 이후 뉴질랜드 다래 즉, '차이니스 구스베리'는 영국, 미국으로 수출되기 시작합니다. 문제는 당시 '구스베리'란 과일은 그다지 인기가 없었으며 거기다 냉전 시기였던 당시 공산진영인 중국을 의미하는 단어까지 들어가 차이니스 구스베리라는 명칭은 마케팅을 하기에 너무 적합하지 않은 과일 이름이었다. 이를 대체하기 위해 뉴질랜드 수출업자들이 첫 번째로 낸 아이디어는 '작은 멜론'이란 뜻의 '멜로네트' 귀여운 이름이었는데 이것도 문제가 있었으니 미국에서 멜론 수입의 엄청난 관세를 매기고 있었다는 점이다. 멜론이라는 명칭을 피하고 다음으로 낸 아이디어가 바로 'kiwi fruit'이었는데 이는 뉴질랜드에 서식하는 갈색에 털이 복슬복슬한 '키위'라는 새에서 따온 것이었다. 1959년 이후 뉴질랜드의 'kiwi fruit'이란 이름으로 전 세계에 수출되었고 이를 줄여 말한 것이 바로 키위이다. 근데 왜 하필 '키위'라는 날지도 못해서 땅을 배회하며 사는 심지어 이상하게 생기기까지 한 새 이름이 선택된 것인가? 사실 다래에 키위라는 이름이 붙었을 무렵 뉴질랜드에서 키위는 새뿐만 아니라 뉴질랜드 사람들을 뜻하는 단어였다. 뉴질랜드에는 세 가지 키위가 존재하는데 키위 새, 과일 키위 그리고 뉴질랜드인을 뜻하는 '키위'이다. 단지 사람을 뜻하는 것을 넘어 뉴질랜드의 어떤 것을 지칭하는 폭넓은 단어가 '키위'인데 가령 뉴질랜드의 음식을 키위 푸드, 뉴질랜드의 달러는 키위 달러, 뉴질랜드의 영어는 키위 영어라고 불리는 식이다. 뉴질랜드 인들은 일명 키위 정체성이란 것을 지니고 있으며 뉴질랜드의 모든 키위는 바로 키위새로부터 비롯되었다.
땅을 걸어 다니는 언뜻 보잘것없어 보이는 키위새는 뉴질랜드의 원주민 마오리족에게는 매우 귀한 새였다. 마오리족의 신화에 따르면 숲의 신 '타네'가 어느 날 숲 속을 걷고 있었는데 나무들이 벌레의 갉아 먹혀 죽어가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타네의 신은 새들을 불러 모아 너희들 중 누군가가 땅으로 내려와서 살며 벌레들을 잡아먹어 주면 좋겠다 누가 내려오겠느냐라고 물었다. 다른 모든 세대들이 땅이 '너무 어두워서 무섭다' '땅이 너무 축축해서 발이 젖을 것 같다' '둥지를 만드느라 바쁘다' 등의 핑계를 대며 거절하는 와중에 키위는 제가 하겠습니다 라며 기꺼이 받아들입니다. 감동한 타네신은 땅으로 내려오게 되면 다리는 굵어질 것이고 아름다운 털과 날개도 잃어버릴 것이다. 다시는 밝은 햇빛을 보지 못할 텐데 그래도 하겠느냐라고 키위에게 다시 묻는데 키위는 마지막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을 한번 올려다 보고 주위 다른 새들의 아름다운 깃털, 날개들을 둘러본 뒤 이 모든 것들의 작별을 고하고 타네신을 향해하겠습니다라고 대답한다. 타네신은 구차한 변명을 댄 모든 새들에게 각자의 변명에 걸맞은 벌을 내리고 키위에게 세상에서 가장 유명해지고 가장 사랑받는 새가 될 것이란 축복을 내려 줘 마오리족은 키위새에 대한 깊은 존경을 표해 왔으며 키위의 털로 만든 망토는 대대손손 물려줄 마오리족의 보물이었다.
사실 키위는 굉장히 특이한 새인데 길쭉한 부리 끝에 콧구멍이 달려있어 부리로 땅을 쿡쿡 찌르고 다니면서 벌레들을 찾아 먹고 튼튼한 다리로 사람만큼 빨리 뛰어다닌다. 새의 깃털 보다 포유류와 같은 덥수룩하고 복슬복슬한 털을 가지고 있다. 이런 독특한 새인 키위는 초기 유럽 정착민들에게 도 큰 흥미를 불러일으켰고 특이하게 생겼지만 또 단순하게 생겨서 그리기가 쉬운 키위는 19세기 후반 각종 트레이드 마크로 쓰이기 시작했다. 뉴질랜드 지폐, 동전, 우표 등의 키위 아이콘이 사용되었으며 뉴질랜드라는 국가를 상징하는 것은 키위가 표현되기도 했다. 또한 키위는 일부 군부대의 배지에도 사용되었는데 1차 대전 때는 뉴질랜드군의 몇몇 연대 들이 키위가 그려진 배지를 달고 참전하기도 했다. 유럽인들은 뉴질랜드 군인들을 키위라 부르기 시작했으며 좀 뜬금없긴 하지만 1차 대전 당시의 군인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호주의 구두약 '키위' 덕분에 키위란 단어가 유럽, 미국으로 널리 퍼졌다고 한다. 참고로 호주에서 만든 구두약 이름이 키위였던 이유는 이를 만든 사람의 부인이 뉴질랜드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2차 대전까지 거치며 키위, 뉴질랜드 군인들, 나아가 뉴질랜드 사람들을 뜻하는 광범위한 단어로 자리 잡게 되었으며 이렇게 뉴질랜드에는 차례대로 키위 새, 사람 키위, 그리고 과일 키위 세 가지 키위가 존재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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